옹달샘한희철 › 내면의 폭군

한희철 | 2022.07.27 07:07:5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내면의 폭군
한 나라의 왕이 자신을 돕는 현자에게 행복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자신은 왕이어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지만, 정작 그의 마음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늘 불안했고 뭔가 허전했습니다.
질문을 받은 현자가 왕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한 가지 비결을 말했습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빌려 입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왕은 평범한 사람으로 변장을 하고선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이를 찾아가 행복한지를 물었습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대답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소. 도둑이나 강도가 들까 늘 걱정이고, 자식들 간에 다툼이 일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라오.”
이번에는 가장 학식이 높은 자를 찾아가 행복한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허망한 표정으로 대답을 합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늘어납니다. 저는 마치 지식이라는 허구렁에 빠진 것 같습니다.”
행복할 것 같은 이들을 모두 찾아갔지만, 왕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왕이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저만치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거적 위에 앉아 구걸을 하는 거지였는데, 그의 얼굴에는 햇살처럼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왕이 그에게 다가가 행복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거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자기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말이지요.
이야기를 들은 왕이 속옷을 벗어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자신도 한번쯤은 행복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거지가 환히 웃으며 대답을 합니다. “저에게는 벗어줄 속옷이 없답니다.” 그제야 왕은 행복이 조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답니다.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에서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가 있습니다. 행복지수는 웰빙, 기대수명, 평등, 생태계 발자국이라는 네 가지 지표를 이용해서 만들어 냅니다. 히말라야 산맥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인구 100만 명도 안 되는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호등과 고속도로가 없는 나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는 신호등을 설치했지만 인간미가 없고 교통경찰의 일자리를 위해 며칠 만에 철거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9년의 발표에 의하면 부탄은 행복지수 순위가 95위로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인터넷과 SNS를 접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바깥세상을 접하고 나자, 자신들의 삶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은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나를 초라하게 여기는 것을 ‘내면의 폭군’이라 했습니다. 행복이 외부의 조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내면의 폭군’을 몰아낼 때 가능합니다. 몰아낼 폭군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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