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해인 › 겨울 아가 2

이해인 | 2003.12.14 00:19:2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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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아가2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을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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