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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 | 2021.10.23 21:55:2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시골편지] 자영업자


초면에 말을 붙이는 대다수가 무턱대고 ‘사장님’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유독 자영업자들이 많다보니 중장년층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러도 뭐 대충 맞히게 된다. 또 사장님 우대 존칭은 물신의 염증이 촘촘하게 퍼진 사정이겠다. 건물 임대 장사를 하고 구멍가게 몇 개 꾸리면서들 ‘회장님 가마’에도 올라탄다. 회장님도 흔하디흔해. 동네 부녀회장도 회장님이라고 불러줘야 좋아하지 무슨 떡(댁), 누구 할매라고 불렀다간 눈 흘김을 당하게 되어 있다.
안동네에 신축주택을 사서 들어온 분이 계시는데, 흙 범벅인 차를 닦고 있는 날 붙들고서 신원조회 시작. “사장님은 무슨 사업을 하시는가요?” 묻길래 좀 성가셔서 “자유로운 영혼, 줄여서 자영, 자영업자입니다”라고 대답해주었다. “아하~ 프리랜서요.” 와따메, 그러한가.
사장도 회장도 아닌 나로서는 호칭이 거슬리나 한 귀로 흘릴밖에. 자유영혼 자영업자는 사람만이 아니다. 자연의 동물도 자유영혼들. 제 살림을 꾸리며 사는 날 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못살게 구는 인간들 소식에 내가 다 미안하고 부끄러워라.
지리산 자유영혼 반달곰이 요새 눈물바람 호소를 한다. 사장님들과 하동군이 산자락에다가 알프스 무엇인가 산악열차를 놓겠다던가. 그래놓으니 자유영혼 반달곰들이 추운데 데모를 하고 다니더라. 그 산자락엔 웅담 채취용이나 관람용으로 철창에 갇혀 지내는 반달곰들도 더러 있다. 천상의 반달이 지상에 내려와 반짝이는 이 신비. 반달곰에게 그러면 못쓴다. 잠깐 살다갈 뿐인데도 인간의 지저분한 욕망은 정말 끝이 안 보여. 하지 말라고 하면 오기로 더 하는 것 같다. 요새 유행어 “말 조심해 이놈아~” 자유영혼의 입을 틀어막는 군홧발들이 여전하다. 눈만 뜨면 돈돈돈 돈타령, 물욕의 나라, 사장님들의 나라.
임의진 목사·시인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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