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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 | 2021.10.25 21:25:4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시골편지] 동생들


감옥살이를 하는 것 같아. 어딜 못 가고 문 잠근 채 살다보니 움츠린 형들과는 소원해지고 동생들과 가까워진다. 요쪽 동네에선 장가들고 나이 먹으면 자동적으로다가 아재가 된다. 불경에도 나오기를 “아재아재 봐라 아재. 봐라 성(형) 아재”라고 있지 않던가. ‘성동상(형동생)’, 성수(형수)나 동상우덕(동생댁)까지 어우러지면 조직폭력배보다 짱짱하고 근사해진다. 아재는 혹부리 영감처럼 ‘아재 개그’를 탑재하고 다니기에 재미도 있고 말이다.
동생들과 밥 먹다가 노래 이야기가 나와서리, 요즘 노동자들 귀에 맺힌 그 노래 생각이 났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마라.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사고로 당진의 용광로에 쇳물이 된 29세 청년. 그를 기리는 노래. 노래를 널리 퍼트린 가수 하림과 오래간만에 통화를 나눴다. 동생들과도 인사를 하며 그새 팬이 늘었다. 사람이 죽을 때는 순차적으로 죽어야 해. 인명은 재천이라도 형이 죽고 그다음에 동생이 죽어야지. 젊은이들이 ‘사고사’하지 않도록 나라를 안전하게 가꾸고, 노동자들을 물신의 행패로부터 지키는 법을 만들라. 그 일엔 딴청이고 제 계급 잇속만 챙기는 너스레는 혈압을 오르게 만든다.
미국 슈퍼맨보다 강한 한국 술퍼맨 동생들. 사람이 좋아 사람의 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서 평화가 오길! 그대 곁에도 눈 맑은 동생들이 있는가. ‘맞소, 옳소, 미소’로 반짝이며 동생노릇 하는 이들. 내년은 신축년 소띠 해란다. 맞소, 옳소, 미소. 조선황소처럼 우직한 이들이 강토를 지킨다. 세상의 한과 눈물을 씻으며 불의에 맞서자꾸나.
임의진 목사·시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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