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824.아침 열기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824.아침 열기


온지 얼마 안 되어 선아는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어제 밤만 해도 펄펄 열이 끓고 경기까지 해 못 오지 했던 선아가 그래도 약속한대로 기도하고 잔 덕분인지 아침에 오긴 왔는데 무슨 일인지 울며 돌아서고 말았다.
돌아가는 선아를 안고 애를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집이 놀이방에서 가깝기도 한데다가 선아는  요즘 전에 없이 예민해져 있다.

갈수록 배가 부르는 엄마, 선아는 아우를 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엄마한데 갈꺼야. 엄마한테 갈 거야”
내내 울고 가는 선아 뒷모습이 안쓰럽다. 엄마는 고추밭 매러 나가 집이 비었을 텐데.
잠시 그쳤던 규성이의 울음이 또 다시 터졌다. 아빠가 경운기로 태워다주고 일을 나가자 아빠 따라 간다고 한참을 울어대다 겨우 겨우 그쳤는데,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친구들과 잘 놀았는데 놀다말고 일마치고 교회 앞을 지나가는 아빠를 다시 본 것이었다.
마침 음료수를 한 병 사가지고 들린 김을순 집사님까지(김집시님은 규성이의 외할머니이다) 달래고 애를 썼지만 규성의 울음은 그칠줄을 몰랐다.
그러고 있는 사이 놀이방에서 또 울음소리, 희선이가 책 두 권을 빼내 품에 쥐고 있고, 학래는 한 권을 달라고 떼를 쓰고, 그러다 서로 밀치고선 서로가 울음.
동네 어른들 모두 일 나가 새들 노래 소리만 한가로운 마을의 아침.
아이들 울음이 빈 마을을 채운다. 녀석들이 아침햇살처럼 말없이 반짝일 날은 언제일지. 한 아침올 여는 왠지모를 버거움.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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