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884.생활고가 심하겠네요?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884. 생활고가 심하겠네요?


주일 저녁예배, 몇몇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폐회기도를 드릴 때 뒤에서 예배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사람 들어오는 소리가 제법 이어졌다.
누굴까, 기도를 하다 말고 생각이 흩어졌다. 오늘저녁부터 예배시간을 30분 앞당긴다고 했는데, 그걸 잊은 걸까? 잊었다 해도 한두명이지...
기도를 마치고서 보니 뒷자리에 모르는 청년들이 제법 앉았다. 소개를 듣고 보니 한 선교단체에 속한 회원들이었는데 어디 고아원을 방문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 예배를 드릴 겸 단강을 찾았노라 했다.
예배는 끝났고 그냥 돌아가기는 아쉽고, 과일과 차를 준비해 같이 둘러 앉았다. 몇 가지 얘기가 오고 가던 중 한 청년이 단강교회 교인 수를 물었고 얼마 안되 숫치를 들은 한 청년이 대뜸 이은 말이 “생활고가 심하겠네요?”였다.
생활고, 생활고, 생활고...
잘못된 레코드판 전축 바늘 계속 튀듯 ‘생활고’란 말은 묘한 울림이 되었다. 아프고 아린, 비릿한 내음.
어떻게 그는 적은 교인수와 목사의 생활고를 그토록 단번에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
적은 교인수에 이어지는 당연한 발상법(發想:法)은 생활고란 말인가. 섬뜩하고 비인간적인 발산 (發散), 하기야 시내 큰 교회에 속한 그에게 그토록 적은 수치는 얼마나 가여웠을까!
‘이런 멍청하고 대책 없는 놈이 있나!' 호령하며 내쫓고 싶음.
돌아가는 길, 그들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멍청히 바라보는 내게 감사한금이라 설명했다.
목사가 감사헌금을 마달 수는 없을 것 같으면서도 순간 밀려드는 자괴감, 그런 당혹과 주저마저 받는데 익숙해진 이가 보이는 의례적인 능청쯤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어지럽고 떨림.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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