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344. 장기를 파는 무서운 세상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344.장기를 파는 무서운 세상

 

지난해, 두 차례 영동세브란스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세브란스 임직원 수련회에서 주제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을 인연으로 영동세브란스 직원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다. 

초행길이고 하여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다. 도착해보니 시간이 한시간 가량이나 여유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잠시 화장실에 들렸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이상한 글씨들이 적혀있다. ‘신장’이란 글씨가 전화번호(삐삐 번호였는지)와 함께 곳곳에 적혀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많으니까 짜장면집이나 곰탕집등 음식을 배달하는 음식점들이 신장개업을 한 것인가, 글씨를 보면서 짐작은 그랬는데 아니었다.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글씨 중 한 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도 있었다. <신장50% 세일(50만원) 절대 건강자임> 

그 밑엔 그 글을 읽은 누군가가 썼지 싶은 글이 다른 색 글씨로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쓸개 빠진 놈!” 

신장을 팔고 사는 세상, 거기에 절대 건강자임을 밝히며 세일을 하는 세상. 순간 마음이 서늘해졌다. 아니 오싹해졌다는 말이 맞을까.

몸을 팔고 사는,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계산하고 거래하는 이 삭막하고 무서운 세상. 

우리의 영혼은 그렇게 있을 곳을 잃어가며 한없이 가볍고 가련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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