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229. 생명의 경이로움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229.생명의 경이로움

 

밖에서 보면 영락없는 조그만 깡통집이지만 그래도 사택 2층에 있는 서재는 내겐 더없이 편안한 곳이다. 

책상 앞으론 하늘과 산 그리고 논과 밭이 보인다. 오른쪽 끝으로는 작실 마을도 보인다. 서쪽 창으론 강건너 충청북도 중원군의 산등성이가 마주하고 그 아래 넓다란 강가밭이 펼쳐져 있다. 

아랫말 국민학교와 운동장에 선 커다란 느티나무와 깃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도 보인다.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에 앉아 보낸다. 책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서재 책상에 앉아 누리는 즐거움 중 빠뜨릴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창 바로 앞에 난간이 있는데 가끔씩 참새들이 난간에 내려 앉는다. 

특히나 아침 시간에 더욱 그런데 가만 내려 앉아 쉬기도 하고, 쪼르르 잰걸음으로 지나가기도 한다. 책상에 앉으면 불과 일미터도 안되는 거리다. 

참새는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혹은 있다고 무슨 상관이 되겠냐는 듯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난 참새가 그렇게 귀여운 새인줄 몰랐다. 아니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것이 아무리 흔하고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그렇게 아름답고 신기한 것이었다. 

바로 내 앞에 참새가 내려앉아 쫑알쫑알 거릴때면 나는 내가 하던 모든 일을 그만두고 그 모습을 쳐다본다. 

생명의 신비를 살아있는 것의 이름다움을 다만 경이로움으로 바라볼 뿐이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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