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070. 잘했다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070. 잘했다


후용에서 교역자 회의가 있던 날. 급히 길을 나섰다. 부론에 들러 은희네 공과금을 내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전기세, 전화세, 의료보험 등 몇 가지 공과금이 밀려 독촉장이 날라와 있었다. 일일이 챙길 사람이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염태 고개를 넘어 검은들을 쌩 달려가는데 맞은 편에 두 노인네가 걸어오신다. 지나며 보니 작실에 사는 할아버지셨다. 불편한 걸음걸이, 한 할아버지는 아예 양손에 하나씩 두개의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모셔다 드리고 갈까, 아니야, 시간이 없는걸.’ 그래도... 잠간 망설이는 사이 차는 벌써 저만치, 금방 정산 삼거리였다.
거기 서서 잠시 망설이다 차를 돌렸다. 사마리아 사람 얘기가 떠올랐다. 두 분은 정산에서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작실로 질러가는 산길로 가려 했다니 차로 모시길 잘했다.
“한나절 걸릴 걸 이렇게 쉽게 왔네유, 고맙수다.” 할아버지들의 인사가 마음을 가볍게 한다. 부론 우체국에 들러 공과금 내고 내처 달렸더니 딱 정각, 딱 맞춰 온 셈이 되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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