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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늙은 군인의 노래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 지금은 대통령비서실장. 나도 안면이 있는 분인데, 신출귀몰 전대협의 전설이었다. 1990년대 초 그가 오랜 수배 끝에 붙잡히자 교통방송 진행자였던 가수 서유석은 노찾사의 노래 ‘솔아 푸르른 솔아’를 멘트 한마디 없이 틀었다고 한다. 노찾사는 당시 대학가와 대중들에게 신선하고 말랑말랑한 ‘운동권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특히 2집의 인기는 대단했다. 광야에서, 사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잠들지 않는 남도…. 김민기의 대를 잇는 노래꾼들이 모여 음반을 제작했고, 노찾사의 음반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아침이슬이나 상록수만 알던 대중이 이런 노래를 즐겨 부르게 된 것은 모두 노찾사 덕분이었다. 또 질펀한 대중가요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은 한대수, 정태춘, 김광석과 백창우, 한돌, 안치환, 노래마을 등에 마음이 흘러갔다.
그 이전은 무조건 김민기 시대였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군인은 노동자가 되고 농민이 되고 투사로 바뀌어 불리었다. “내 평생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오월 광주에서도 이 노래는 애국가와 함께 불리었다. 이른 봄날 광주에선 박효선, 윤상원 등이 극단 광대를 창단. 소설가 황석영이 축사를 하고 김민기 기획, 양희은 찬조출연의 잔치가 열리기도 했다. 청년학생들은 뒤풀이 내내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김민기는 정년 퇴직한 선임하사의 넋두리를 기억했다가 이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농촌에선 “농민이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모내기하다가도 얼싸덜싸 불렀다. 남북의 늙은 군인들, 퇴직하고 금강산 구경이나 갔으면. 총은 새떼나 쫓을 때 허풍으로 쏘는 것이고, 훈련은 지진 대비 훈련이면 족한 세상. 봄비 살살 내려 세상이 고요하고 참 좋았는데 전투기 편대가 꽈광꽝. 달콤하게 낮잠 자던 아가들 깜짝 놀라 깼겠구나.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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