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현주 › 울타리와 감옥

이현주 | 2021.03.24 22:06:5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현주2773.<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80.울타리와 감옥


텔런트 고두심 얼굴의 젊은 여자가 배우 앤서니 흡킨스 얼굴의 늙은 남자와 벤치에 앉아 있다. 둘이 이른바 '상식'의 울타리 안에서 무엇을 두고 씨름했는데 바야흐로 한쪽이 그 경계를 벗어나려고 한다. 아니, 그것이 무너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젊은 여자 무릎에 도시락처럼 생긴 상자가 놓여 있고 그 안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시한폭탄이 들어 있다고 했다. 두 사람 말고도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했지만 모두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도 영문으로 된 문장 하나가 꿈의 말미에 떠오른다. 직역하면 이렇다. "윤리 안에서, 울타리 안에 있는 너를 본다. 사랑 안에서, 울타리 밖에 있는 너를 본다."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윤리가 필요하다. 울타리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너져야 할 때 무너지지 않으면 울타리가 아니다. 감옥이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맛볼수록 허망한 쾌락을 목마르게 탐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고두심이 앤서니 흡킨스를 이길 것이다. 윤리보다 사랑이 더 작고 더 크기 때문이다.
상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무너져야 할 때 무너지지 않으면 상식이 아니다. 화석으로 된 도그마다. 그놈이 사람을 잡는다. 거대한 상식의 생성과 소멸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한 걸음씩의 진화, 이것이 인류사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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