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현주 › 실축 세리머니

이현주 | 2021.05.03 13:15:2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현주2804.<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11.실축 세리머니


아무가 말한다. “난 메시가 골을 넣고서 두 손을 들고 하늘을 우러르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더군. 물론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방금 골을 넣은 건 제가 아닙니다. 당 신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말씀이야. 메시의 라이벌 골잡이라는 호날두인지 뭔지 하는 친구가 공중에 붕 떠올랐다가 반바퀴 돌아 떨어지며 두 팔을 힘껏 내려 펼치고는 '봐라, 이게 나 다!'라고 으스대는 것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거라. 메시 그 사람 볼수록 겸손하고 착해 보여서 가까이하고 싶은 친구야. 그런데 하나 아쉬운 점이 있더군. 한번은 그가 페널티킥에서 실축하는 걸 봤는데 민망한 표정을 짓고 말더란 말이지. 그때도 두 손들고 하늘 우러르며 '방금 실축한 건 제가 아닙니다. 당신입니다' 라고 했어야 앞뒤로 맞는 거 아닌가?"
그가 말한다. "글쎄, 우리가 보는 건 텔레비전에 비치는 영상뿐이니까, 실제로 운동장에서는 그랬을지도 모르지." "아니야. 실제로 그랬다면 그토록 인상적인 장면을 카메라들이 놓쳤을 리가 없어." "그건 그렇군." 그가 다시 말한다. "음, 그러니까 메시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성숙하지 못한 거로 봐야겠지. 그래도 잘된 일은 내 탓, 잘못된 건 조상 탓이라는 보통 수준에서 잘된 건 조상 탓, 잘못된 건내탓이라는 수준으로 올랐으니 그만해도 어딘가?" "그야 물론이지! 하지만 그 친구가 한 단계 수준을 높여서 페널티킥을 실축하고도 하늘 우러르며 '저 아닙니다. 당신입니다'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선물이 될 텐데.”
“완전동감!" 그와 마주 보며 웃다가, 서재에서 자던 효선이 이불 속으 로들어오는 기척에 깨어난다. ⓒ이현주 (목사)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