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470.하수구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470.하수구


겨울부터 이제까지 하수구 때문에 고생이다.
물이 제대로 빠지질 않는다.
스미듯 아주 조금씩 언젠지도 모르게 빠져나갈 뿐이다. 게다가 물을 버리면 꾸역꾸역 온갖 오물들을 위로 올린다.
게워내는 것이다.
모양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역겹기 그지없다.
몇 번 손을 봤지만 어디엔가 근본적인 잘못이 있지 싶다.
빠질 게 빠지지 않는, 버릴 걸 버리지 못하는, 사라질 게 사라지지 않는 역겨움과 추함을 고장 난 하수구를 보며 새롭게 확인한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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