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870.치화씨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870.치화씨


”우리 치화 ···좀 찾아줘유.“
아침나절 찾아온 치화씨 어머니는 한참이나 우느라 말을 못하더니 겨우 겨우 울음을 참고 한다는 말이 아들 좀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아들을 찾아달라는 노인의 모습이 하도 초췌해 모습만으로도 안스러운데 거기다 하염없이 울기까지 하니 숨이 다 막혀오는 것 같았다.
무슨 영문인지 천천히 말씀해 보라 했지만 눈물은 격한 감정과 함께 그칠 줄을 몰랐다. 울음으로 뚝뚝 끊기는 얘기를 뜻을 헤아려 들어야 했다.
얘길 들어보니 추석지나 충주에 있는 고물상으로 일을 나간 아들을 제발 좀 집으로 돌아오게 찾아 달라는 얘기였다. 정산리에 있는 한 아주머니 소개로 남철씨와 함께 고물상으로 갔다는 것인데, 치화씨 어머닌 그 아주머니를 되게 욕하며 마치 나쁜데 속아 끌려간 것처럼 화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 하나 바라구 살아가는데 난 치화 읍신 못살아유, 전날 하루종일 비를 맞구 일하구와선 모처럼 푹 자구있는데, 봉고차 가 와선 낼름 데리구 갔어유.”
정산 아들을 소개했다는 아주머니를 단숨에 찾아가 아들 돌려달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는 치화씨 어머니 손엔 고물상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밤이 되어서야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원 엄마두. 아무 걱정두 말라구 해요."
엄마가 울고불고 아들을 찾는것에 비해 아들의 대답은 짧고 쉬웠다. 있다 없다 한 동네 일보단 월급을 받는 그곳 일이 더 낫다는 얘기였다. 고집으로 치면 치화씨도 누구에게 안 진다.
딱한 노릇이었다.
아들 밥도 제때 못해준다고 동네 사람 원성 적잖게 사면서도 막상 아들이 떠나니까 그걸 못견뎌하며 눈물로 찾는 노모의 처지도 딱하고, 엄마가 어떻든 그냥 떠나 있겠다고 딱 잘라 말하는 아들도 딱했다.
하기사 어떻게 찾은 아들인가. 십수년 생사도 모른채 뿔뿔이 흩어졌다 기구하게 어렵사리 만난 아들이 아닌가. 무슨 일만 있어도 또다시 아들 잃는거 아닌가 걱정부터 앞서는 노모의 마음앞에 아들의 쉽고 고집 센 대답은 야박하게만 들려왔다.
책임자를 바꿔달라 하여 몇마디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에도 안들어가고 웃동네 혼자사는 벌집 할머니네서 시간을 때위 넘기던 치화씨 어머니의 표정이 어느 날 눈에 띄게 밝았다.
돌아온 아들은 동네 아저씨들 몇 분과 함께 논의 벼를 베고 있었다. 고물상 얘길 하는 치화씨 얼굴은 밝질 못했다. 결국은 한푼도 못 받고, 떠난건지 쫓긴건지 되돌아온 것이었다. 젠장, 저 뿌리뽑힌 대책없는 삶이라니.
작실 반장 병철씨와 충주를 다녀 오기로 약속을 한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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