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529. 뭐라고 뭐라고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529.뭐라고 뭐라고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번 버스가 들어와 잠시 쉬었다 나가는 윗작실 버스 종점 앞에는 허름한 토담집이 있습니다. 기울대로 기운 허름한 집어지요. 

거기 노 할머니가 삽니다. 토굴같은 집에서 혼자서 살지요. 몇 번 지나며 보니 혼자 사는 할머니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뭐라고 뭐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가만 쪼그리고 앉아 꽃더러도 뭐라고 뭐라고 얘기하고, 마늘 싹 보고도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합니다. 하루 종일 찾아오는 이 없고 일부러 마을로 내려가지 않는 한 사람 구경 못하는 할머니가 천상 꽃하고 마늘하고나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요, 어느샌지 마늘이 쑥 자라 할머니는 마늘을 캤답니다. 거북이 등짝만 한 밭에 그나마 마늘을 캤으니 할머닌 또 누구하고 얘기하나, 가만 지나가다 보니 뜨거운 볕을 피해 봉당에 앉은 할머니, 밖을 보고 또 뭐라고 뭐라고 얘길 합니다. 

지글지글대는 햇볕보고 그러는 건지, 신작로 아래 고추밭에 날아오르는 잠자리떼 보고 그러는 건지, 먼 산 너머 들려지않는 자식들 보고 그러는 건지.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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