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365. 지난 겨울에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365. 지난 겨울에

 

“아. 글쎄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삼일이 지나두룩 몰랐다잖아유.” 이 필로 속장님이 그 얘기를 했을때 처음엔 무슨 얘긴가 했다. 알고 보니 이웃 마을 조개이에서 지난겨울에 있었던 일이었다. 

아들네가 살고있는 같은 마을에 연로하신 머니가 따로 살았다. 자식네가 같은 마을에 신산하여도 따로 사는게 서로 편하겠다 하여 홀로되신 어머니가 혼자 사신 것이었다. 

아들네는 아침저녁 시간나는 대로 들러 어머니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을 전해 드리곤 했다. 

어느날 저녁 들렀더니 어머니가 안 보이셨다. 동네 누군가네 마실 가신 거겠지 하고 돌아섰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보아 않았고 그런걸 그냥 마실 간 접도로만 생각했다. 사실 사골에서야 일 없는 겨울엔 마실 가는게 일 아닌가.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들렀을 땡도 어머니가 보이지 않자 온동네를 찾아보았는데 그래도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또 지난 이틀 동안 어머니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었다. 놀란 아들이 어머니 집으로 달려가 집을 찾아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어머니가 부엌에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불에 몸이 그을린 채. 연로한 몸으로 아 궁이에 불을 때다 쓰러져 그만 못 일어나신 것이었다. 

설마 그런 일은 생각도 못한 아들은 어머니집에 들릴 때마다 안방 문만 열어보고 안계시니 그냥 돌아섰던 것이었다. 

불가에서 쓰러져 돌아가신 어머니, 그것도 돌아가신지 삼일이 지나도록 알지를 못했으니 자식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러나 그게 어디 남의 동네에서 일어난 뜻밖의 일이기만 할까. 단강리에도 혼자 사는 연로하신 노인분들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속장님의 마지막 얘기는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턴 노인분들이 조금만 안 보인다 싶으면 찾아가 보구 해야겠어유. 무슨 일이 있는지 알게 뭐예유.”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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