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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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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체육관 같은 곳에서 조찬기도회를 열어 권력에 아부하며 재롱을 떨지. 그러고도 어떻게, 뻔뻔스럽게, 하늘을 우러러 고개를 쳐들고 다닐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성인은 변두리를 떠돌며 군중 대신 새들을 상대로 설교하길 즐겼다. 브람스는 바이올린 소나타에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란 악상기호를 붙였단다. 자유롭고 고독했던 사람 프란치스코. 이문재 시인은 동명의 시에서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살자고 적고 있더라.
프란치스코 성인이 포르치운쿨라 수도원에 머물 때였다. 매미들이 나무에 가득 앉아있자 “조물주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부탁하자 매미들이 일제히 노래를 불렀고 “이제 그만 하늘로 날아오르세요!”하니 서편 하늘이 까매졌단다. 제자들과 베바니야 마을을 지나갈 때는 들판에 새들이 가득 내려앉아있자 느닷없이 새들 앞에 서서 설교를 시작했다. 설교를 마칠 때까지 단 한 마리도 날아가지 않고 경청했다니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리 동네 새들은 설교는커녕 한마디도 내 말을 들으려 안 해. 내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들이, 요것들이 전체로 문제야. 순박한 산골사람들 안 닮아 드세고 억세고 성질도 급해설랑 자주 회까닥해. 목소리조차 시끄럽고 사나워라. 거위도 아닌데 꽉꽉 꽥꽥. 까치는 글쎄 개밥 사료를 몰래 훔쳐 먹기도 해. 쥐도 아니고 새들이 왜 이러냐. 새들이 도와줘야 성인도 되는 것이지.
성인의 이야기에 밤하늘 별처럼 떨리던 때가 있었다. 이십대에 목사가 되었을 때는 나도 성인처럼 되리라 결심도 한번쯤 먹었지. 나중엔 세인트 성인은 고사하고 나잇값 하는 성인조차 버겁게 되더라. 인생은 어렵고 괴롭고 꼬이고 흐리멍텅해지고 비굴해지고 부끄러움조차 모르게 되어버려. 이런 후회가 들게 되면 새가 아니라 인생이 진짜 문제구나 싶어진다. 새들아, 먹을 것에 집착 말고 저 푸르고 맑은 하늘로 날아오르렴. 사람아, 우리들 자잘한 욕심부터 거대한 야욕까지 순순히 버릴 줄 알아야 자기도 살고 모두가 살지.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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