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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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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동무하고 제주와 여수 어디, 두 곳 섬을 댕겨 왔어. 좀 있다간 섬나라에 볼일도 하나 있다. 섬이 많은 남도에 살다보니 섬엘 자주 드나들게 된다. 섬에도 어김없이 단풍이 들고, 동백섬은 변함없이 짙푸르고, 어부들은 굵고 검은 손으로 물고기들을 바다에서 떼어내고 있었다.
해변을 걷다가 물고기 뼈와 조개껍질을 만났지. “임신을 해서 몸이 무거워지자 우르슬라는 물고기 뼈로 목걸이를 만들어 파는 장사를 시작하려고 했다….” 우르슬라는 돼지꼬리를 단 아이를 낳았고 하혈이 멈추질 않아 그날 곧바로 죽었다지.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었던 곳도 외딴 섬이었다. 나는 그날 아마도 물고기 뼈를 주우러 다녔을 것이다. 약물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려던 히피들이 있었다. 그들은 열려지고 벗겨진 눈(open nakes eys)을 껌벅대며 우주를 유영하는 물고기 몸을 바랐지. 그게 그런데 쉬운 일이런가. 이른바 흙수저 청년이 30만원 받고 선택한 실험인간 <돌연변이>. 물고기 머리를 한 그 청년을 심야 영화로 봤는데, 웃기기는 개뿔. 한없이 슬프덩만.
섬엘 갈 때는, 좀 오래 있게 될 때는, 장 그르니에의 <섬>이란 책을 싸들고 가곤 한다. 아마 수백번도 넘게 읽었을 것이다. 그 책. 미모사꽃과 등나무꽃과 장미꽃이 흐드러진 보로메 섬. 자라투스트라가 말한 “가장 아득한 곳으로부터의 사랑”을 가르쳐주는 섬을, 그대도 마음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길. 닉 드레이크의 1969년도 음반 <다섯 잎 남았네(Five Leave Left)>를 가을길에 들으면서 <섬>을, 가을 섬을, 잘 여행하다 돌아왔다. 진짜 다섯 잎 남은 나무가 다시 오라며 오래오래 손을 흔들어 주더군. 비바람도 불었으니 지금쯤은 세 잎이나 두 잎 남았겠다.
아등바등 죽어라고 사는데 뭔 시절 좋은 소린가 그러시겠다. 하지만 섬을 마음에 두지 않으면, 그 푸른 추억이 없다면 당신만 인생 손해. 바닷새의 노래와 뱃머리의 포말이 부서지는 풍경들을 우리가 가슴에 담아놓지 않는다면 여긴 정말 아비규환 헬조선. 수많은 말들과 혐오로 찌든 육지에서 잠시 떠나 섬의 한쪽이 되어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당신, 살고 싶지 아니한가.
임의진 | 목사·시인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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