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임의진 › [시골편지] 평범한 사람

임의진 | 2017.12.27 23:05:2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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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겨레 모두 진달래꽃 입에 물고 옥색 치마 휘날리는 꽃절기. 한강에도 대동강에도 행락객들이 늘고 있다. 

평양냉면관이나 대동강식당 같은 해외에 퍼진 북한식당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 어떤 이들에겐 고소한 일이겠지만 음식 맛이 그리울 애호가들에겐 슬픈 이야기다. 먹고는 살아야지 않겠는가. 민족문화 선양의 관점에서 크게 애석한 일이다.

겨레가 마음 다해 존경해마지 않는 지도자 백범 김구. 백범이란 호는 ‘백정범부’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단다. 소 잡는 백정, 평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범부.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떨쳐 일어나 좋은 세상을 세우자는 다짐. 백범과 같은 겨레의 큰 길잡이 어른이 새삼 그리운 시절이다.

제주섬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다는 가수 루시드 폴의 노래 가운데 좋아하는 곡이 있다. 평범한 사람을 노래하는 곡.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용산에서 죽고 팽목항에서 죽고 또 어디서 어느 별에서 죽고 또 죽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여.

백범은 평범한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지. 빈털터리 승려에다 도망자 신세였고 한때 고물상을 하기도. 평범한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평범에서 비범으로 성장해가길 그분은 누구보다 바랐다. 무지와 무관심, 냉택없는 두려움은 우리를 신판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음이다. 민주공화국! 세상을 바꿀 이들은 결국 백정범부 국민들이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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