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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맨드라미 봉숭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09 추천 수 0 2016.07.30 14: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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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에 젖지 말라고 고작 한 벌 누비옷이 전부인 맨드라미. 꽃빛이 고와 씨앗을 좀 받고 봉숭아꽃은 어린 조카에게 주려고 호주머니에 담았네. 그런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몇 날 밤. 청바지에 손을 넣어보니 봉숭아꽃이 깜짝이야. 시작도 못해본 사랑처럼 그렇게 네가 거기 있었구나. 미안 미안해.

바닷가에 가면 파도가 내 뒤꿈치를 밟는 것처럼 자꾸만 맨드라미 봉숭아 향기. 꽃에 관한 시를 잘 쓰는 시인보다 꽃밭을 잘 가꾸는 농부가 되고 싶었네. 내 정원은 항상 꽃이 피어 있단다. 서둘러 국화도 옮겨 심고 가을이 쑥쑥 자라고 있어라. 바람이 만지고 온 가을 냄새에 황홀하여 욕망의 덩굴손을 모두 놓아버렸네.

요란스러운 부흥회도 않고 새벽예배도 없고 박수도 안 치고 십일조 헌금조차 없는 교회를 했다. 내 이런 과거의 목회를 나태와 무능에 한심한 기행이라고 태클 거는 분도 가끔 계시다. 스님이나 신부님들과 친하게 지낸 일도 이단이 아니냐며 쪼아봐. 난 그저 맨드라미 봉숭아처럼 같이 비 맞으며 사랑하고 지낸 것뿐인데. 외국산 가시 돋친 장미가 되고 싶지 않았지.

시방 종교집안조차 회사보다 더 고도화된 수법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양상이고, 청춘들은 방송에 등장하는 말재주꾼에 홀려 멘토다 뭐다 호들갑스러운 추종들. 애먼 밖에서 뭔가를 구하느라 맨드라미 봉숭아를 외면하는 장님의 시절이렷다. 오늘도 꽃은 피네. 낮은 땅에 맨드라미 봉숭아. 진실한 사랑은 달달한 말이나 색깔, 기상천외한 수법에 있지 않을 것이다.

임의진 | 목사·시인 20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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