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2282 <깨달음의 노래34/지금여기>
동화사 부처님
동화사(桐華寺) 뒷마당에
국내 최대니까 어쩌면 세계 최대일
돌부처님이 문득 나투시어
이 땅의 통일을 거창하게 염원하시는데
오늘 가는 비 내리는 아침
그 너른 마당 한 모퉁이에
단정히 가부좌하여 돌부처님 마주보고
앉아있는 어느 여인의
가난한 뒷모습을 나는 보았네.
아무개야, 네 눈에는 우리 둘 가운데
누가 더 커 보이느냐?
실비 내리는 동화사 속절없이 고요한
마당에 두 부처님 마주보고
가만히 속삭여 물어보시는데
대답 대신 내 눈에
말없는 미소(微笑)가 이슬처럼 맺히더군.
그리하여 슬픈 세상도
안개 속에 쓸쓸히 가라앉고 있더군. ⓒ이현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