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임의진 › [시골편지]들개

임의진 | 2016.06.21 12:50:4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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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둘에 세상을 뜬 이태리 토리노의 시인 체사레 파베새. ‘고향 떠난 사람들’이라는 시에서 “지겨운 바다. 우리는 바다를 충분히 보았다”고 말했지. 어떻게 하면 충분히 바다를 볼 수 있는 걸까. 충분히 바다를 보았다는 시인이야 세상을 일찍 떠나도 후회가 없겠다 싶다. 바다와 사막은 아마도 정반대 장소일 것이다. 바다에 가면 모래사장이 해변에 카펫처럼 깔려있는데 그게 마치 사막 같아. 또 사막에 가면 손바닥만 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는데 갈증에 목이 탄 여행자는 마치 큰 호수나 바다를 만난 양 오아시스를 흠숭하게 된다. 간절함은 서로의 몸을, 살을 조금씩 내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손을, 손가락을 먼저 내어주듯. 바다에선 사막을 보고 사막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지겨운 사막, 모래 폭풍의 사막을 충분히 보고 싶어’ 남미 사막으로 떠난 게 작년 이맘때.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달의 계곡 투어를 했다. 암스트롱처럼 달에 가지 않아도 대충 이런 곳이라는 짐작을 얻을 수 있는 달의 계곡. 밤에는 소읍의 외곽으로 남극성 별을 보는 투어에 참가했는데 어찌나 추웠던지 얼어 죽을 뻔. 두어 시간 동안 이국의 연인들은 몸을 열나게 비벼대고 나는 추워설랑 몸을 배배 꼬고. 중도에 포기하고 숙소로 걸어가 볼까 했다. 가이드가 너무 멀기도 하고 야생동물 때문에 불가하단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의 개들은 거의 들개 수준이라 사람과 사료를 구별하지 못하고 덤벼든단다. 그러고 보니 개들이 하울링 하는 소리가 마치 늑대가 우는 소리 같아. 오지 여행을 하다보면 굶주린 개들을 만나게 된다. 개는 개이니만큼 일단 말이 안 통해. 똥이라도 누어서 주고 와야지 물어 뜯기기라도 하면 나만 손해. 사막마을에서 들개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밤늦게 대절버스로 숙소에 귀환. 어둠이 깊으면 어김없이 개들이 날뛰기 마련이렷다. 요즘 세상도 칠흑의 밤이 되다 보니 들개의 세상만 같아라. ‘어따 대고’ 어금니를 드러낸다니… 포악한 개들.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개들이 너무 흔해졌다. 들개가 행인보다 더 많은 길이라면 짐승의 세상이지 어디 사람 세상이라 하겠는가.

임의진 목사 시인 201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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