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임의진 › [시골편지]진실을 찾는 사람

임의진 | 2016.06.05 09:00:4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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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러시아 혁명기를 대표하는 아나키스트 작가 보리스 사빈코프의 소설 <검은 말>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 같아요? 당이나 군지도부에 있나요?” “단언컨대 없어. 만약 있다면 공장, 병영, 시골마을 뭐 그런 데 있겠지. 소박하고 꾸밈없이 사는 이들에게….”

진실의 언어를 찾아다니는 사람 가운데 ‘영혼의 서퍼(Soul Surfer)’를 한 명 알고 있다.

“여기서 뭐하세요?” “그냥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보고 있네요.”

서핑 애호가이자 자유주의자 세르지오 밤바렌은 잘나가던 엔지니어 일자리를 집어치우고 바닷가에서 서핑을 가르치며 글을 쓰고 지낸다. 대표 에세이집 <바다가 들려준 이야기>엔 진실한 글귀들이 파도처럼 넘실대. 몰래 뒷돈을 챙기며 정치를 하고 빌라도처럼 손을 씻으며 오리발을 내미는 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보기조차 싫겠지. “내가 소유한 물질이 아니라 그것들을 소유하지 않으려는 마음이야말로 내가 가진 진짜 보물임을 깨달았네.” 만고불변의 이 진리를 뉘라서 거역하랴.
“이눔의 정치판을 으짜사스까….”

“몰강물(맑은물)이 어딨겄어? 저늠에 간디는(저놈의 곳엔) 통새(뒷간)보다 더 드런덴갑서. 파믄 팔수룩 몸통 등클(그루터기)이 장난이 아니구마.”

“그만 꽝알대고 집이(당신이) 기냥 정치로 나서. 히히.”

“바닷물에 빠진 애기들을 하나라도 구했으야 애국씸이 생기고 말고 허는 것이재. 태극기 붙인다고 애국씸이 생겨? 벨짝시롭게(유별나게) 애국씸 타령이여.”

백반집에 앉아서 주워들은 진실의 말들이 봄비에 젖고 있다. 거짓이 진실을 덮고 장대비가 계속 내릴 것 같아도 금방 비는 개고 해는 눈을 뜬다.

모든 진실들이 살아 눈을 뜨고 인양되어 올라올 것이다.

임의진 | 목사. 시인 20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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