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해인 › 마늘밭에서

이해인 | 2009.01.31 18:11:2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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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서

 

하늘을 위에 두고
바다를 곁에 두고

 

수도원의 마늘밭은
고요하다
가지런하다

 

마늘이 익어가는
엄마 같은 흙 속에 얼굴을 묻고
실컷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가 있네

 

슬프고 억울한 일 당해도
아무도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이를 위해
지금도 잠 못 들고 괴로워하는 이를 위해

 

작은 죄를 뉘우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위하여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가 있네

 

아리디 아린 마늘 한 쪽 먹으며
실컷 울고 나면 행복할 거라고
바람에게 가만히 이야기하는데

 

시퍼렇게 날이 선 마늘 줄기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냉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네  ⓒ이해인(수녀) <작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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