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해인 › 어머니가 계시기에

이해인 | 2007.02.21 12:12:3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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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계시기에

새해 첫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면
한 마리의 학이
소나무 위에 내려앉듯
우리 마음의 나뭇가지에도
희망이란 흰 새가 내려와
날개를 접습니다

새로운 한 해에도
새로운 마음으로
당신과 함께
먼 길을 가야겠지요?

어머니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신 당신과 함께
순명의 길을
침묵 속에 숨어 사신 당신과 함께
겸손의 길을
우리도 끝까지 가게 해 주십시오
숨차고 고달픈 삶의 여정에도
어머니가 계시기에
절망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계시기에
우리는 아직도 넘어지지 않고
길을 갑니다

예수의 십자가 아래서
오늘도 우리를 부르시는 어머니
마음에 가득 낀
욕심의 먼지부터 닦아내야
주님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겠지요?

죄없이 맑은 눈빛으로
세상과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어린이처럼 되어야만
하늘이 잘 보임을
새로이 깨우치는 새해 아침

당신의 사랑 안에
우리 모두 새로이 태어나게 하십시오

사랑 안에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새로워질 수 없음을
조용히 일러 주시는 어머니

어머니가 계시기에
우리는 오늘도
희망이란 새를 날리며
또 한 해의 길을 갑니다   ⓒ이해인(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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