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해인 › 진분홍 그리움으로

이해인 | 2013.03.02 10:11:2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173. 진분홍 그리움으로

 

엄마가 보내 준 씨앗을 심어
나의 꽃밭에 피워 낸 분꽃 앞에서
진분홍 그리움으로 엄마를 부르네

 

얼글은 안 보여도
까만 씨앗 속에
꽃으로 숨어 웃는 엄마
엄마가 바르시던
젊은 날의 분 향기로 날아와
"애야,잘 있니?"
바람 속에 하얀 목소리로
인사 건네는 엄마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세상엔 더욱 엄마가 가득하네
엄마를 부르다가
나도 마침내는 엄마를 따라갈
순례의 길 위에서
그리 차갑고 두렵던 죽음이
이제는 따뜻하고 정겨운 친구처럼
가까이 있네
보이지 않는 엄마가
나날이 새롭게 살아오는 시간들
오직 그리움이 나의 위로이네

 

ⓒ이해인(수녀)  <엄마/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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