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임의진 › [시골편지] 바라나시

임의진 | 2016.04.25 23:58:1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l_2015020501000621600051661.jpg


누구는 차도로 다니질 않고 인도로 다니니 인생이 인도여행이라는 실없는 소리를 하더라. “현장 스님이 아니어서 불경을 구하러 갈 마음이 없었고 영국 해군도 아닌지라 자원을 빼앗으려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생각 없이 평범한 여행객으로 그냥 몇 번 인도에 갔었다.” 타이완의 작가 후칭팡의 인도여행담이 꼭 내 얘기 같아. 그냥 가게 된 서역길. 그냥 가고 그냥 머물고 그냥 돌아오는 게 축복된 여행이겠지. 나도 갠지스 강물이 도도한 바라나시에 몇 차례 머물렀다. 어느 재봉사의 솜씨런가. 봉제선 같은 별자리들이 밤하늘을 짜깁고 있었고 물 위에도 둥둥 꽃단지에 담긴 초들이 별무더기처럼 줄을 지었다.


새벽부터 요기들이 모여 찰그랑 시타르 음률을 들려주기도 했으나 특유의 억센 춤곡들이 하루 종일 귀를 어지럽혔다. 게다가 독한 향신료는 멀미가 날 지경. 도둑과 집시와 거지와 병자, 군인과 경찰과 릭샤꾼, 흰소와 사나운 수탉이 한판 거리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나는 번번이 배탈이 나 여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몸을 추슬러 산책을 나가면 강물에 떠다니는 촛불만 한참 바라보고 왔다. 간절한 저 기도의 주문들과 무상한 인생사여.

 
버킷리스트로 순례하던 사람들이 옷을 홀라당 벗어던지고선 타다 만 해진 시신들이 떠다니는 바라나시에 무작정 몸을 던졌다. 인도여행자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이 강물에 발을 담그고 ‘히어 컴즈 더 선(Here Comes the Sun)’을 불렀겠지. “띠리리리 리를 달링….”


똥물 기름물 그 많은 쓰레기들조차 소들의 먹잇감이요, 강물의 속사정.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들이 더 많은 세상임을 깨닫게 만드는 인도여행. 인도에서 배울 것은 명상이나 요가 정도가 아니라 그런 다양성의 공존이겠다. 사는 것이 모두 다른데 왜들 일등만을 추앙하며 천만 관객의 영화에만 바보처럼 쏠리는가. 나와 다른 종교를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독버섯 대하듯 미워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오기와 억지, 좁은 편견들과 누군가로부터 조종된 유행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문득 순례자의 성지 바라나시를 그리워한다.


임의진 | 목사·시인 2015.02.04

첨부 [1]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