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00.연날리기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00. 연날리기


그림같이 강물이 흐르는 곳, 정산 고개를 오토바이로 넘어 부론 버덩말 강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몇 개의 연이 하늘로 오르고 있었고, 아이들은 강가를 달려 연에 바람을 태우고 있었다.
한겨울 연날리기 대회 -농촌의 놀이문화 발굴과 정착을 위해 부론교회에서 부론면 연날리기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마을마다 포스터와 안내문을 붙였음에도 강변에 모인 사람들은 50여명 정도였다.
등록석에서는 등록을 받아 참가 선수에게 참가 번호표를 달아주고 있었으며, 한쪽에선 추위를 막기 위해 장작불을 피우고 있었다. 아이들과 아주머니, 아저씨, 그리고 할아버지 몇 분도 구경하러 나오셔 장작불 가에 앉아 계셨다.
전에는 그래도 연날리던 분이 몇 분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끊긴 상태고, 간혹 정월 밤에 강가에 나와 연을 날리다 줄을 끊어 액운을 날려 보내는 옛 풍습을 잇는 사람이 서너명 있다더라고, 연날리기 대회 시기가 신정 보다는 구정이 나을 것 같다고 행사를 준비하신 이종서 목사님은 말하신다.
17명. 참가한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가오리연, 꼬리연, 방패연 등 가지고 나온 연을 내보이며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받는다. 집에서 만든 것은 몇 개뿐, 대부분은 가게에서 산 연이었다.
연줄도 대부분 재봉틀실, 얼레를 준비한 선수는 몇 없었다. 오징어 모양의 연이 특이했고, 연에 그린 태극무늬가 아름다웠다.
제각기 연을 하늘로 띄운다. 버덩말 강변 널따란 모래사장.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연을 띄우지만, 쉽지가 않다. 얼만큼 날아오르던 연이 푸르르 힘없이 주저앉곤 한다. 앞에 가로놓인 강 건너 산이 바람을 막고 있지 싶다.
그래도 잠시 후, 보란 듯이 높이 나는 연. 그 높이까지가 어렵지, 높이에 이르면 연은 자유롭다. 여기저기 응원하는 박수소리,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어느새 사람들은 제법 많이 모였다.
아이들아, 연줄을 잡고 힘껏 달리렴. 숙제 걱정, 시험 걱정, 모두 잊고서 흐르는 강물 따라 맘껏 달리렴.
아주머니네들 자식 걱정, 남편 걱정, 이 고생 저 고생 별놈의 고생... 세월따라 깊어가는 시름과 설움, 오늘일랑 모두 내어버리고, 마음인 냥 연을 띄워 하늘 우러릅시다. 하하, 하얀 입김에 어리는, 어릴 적 하늘 우러러 품은 꿈 다시 한번 품읍시다.
아저씨네들, 얼마나 혼나셨오. 가뭄에, 매상에, 자식들 학자금에, 늘어가는 주름마냥 줄지 않는 빚 걱정에, 오늘은 모두 잊고 연이나 날립시다.
이래저래 묶인 마음 원 없이 풀어 겨울 하늘 높다랗게 연으로 날읍시다. 축하 비행하듯 기러기 몇 마리가 줄 맞춰 날아간 겨울 하늘. 신나게 연들이 날아 올랐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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