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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2.03.21 21:16:3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998] 2022년 2월 28일 월요일

 

푹푹 퍼갈 땐, 정말 속이 쓰렸습니다.

 

샬롬! 어젯밤 편히 쉬셨는지요? 2월의 그믐날인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성인이 혼자 저녁식사를 할 경우, 우울감에 빠지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은 함께 먹는 사람들보다 총 에너지 섭취량, 단백질의 섭취비율, 철분, 일부 비타민B군의 섭취량이 적었다고 하네요.

 

몇 달 전, 어느 요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후에 열게 될 타임캡슐에 꼭 넣고 싶은 우리나라 음식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망설이지 않고 고추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김치나 불고기 등도 있지만, 그것은 ‘유목민’인 제가 갖고 다니기는 불편합니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고추장의 고마움을 더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외국에서 웬만한 곳이면 한국의 주요 먹거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지로 갈 때입니다. 배낭이 아무리 무거워도 여행을 떠날 때는 고추장 한 병을 꼭 넣고 갑니다. 조그마한 병이니 얼마나 오래가겠습니까마는, 고추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여행 중 한국인을 만나 고추장을 얻으면 천만 원군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힘이 들거나 입맛을 잃었을 때, 찬밥에 비벼 먹는 고추장이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식구들이나 친구들로부터 편지를 받지 못해서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을 때, 당장 필요한 육체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것이 바로 고추장이었습니다.

 

바닥에 붙어있는 고추장을 긁고 또 긁어 먹다가 나중에는 그 병을 헹구어 먹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껴먹는 고추장을 서양에서 여행하는 이들에게 인사조로 “한국음식 한번 먹어볼래요?”하면, 맛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식 삼아 먹는다.’고 푹푹 퍼갈 땐 정말 속이 쓰렸습니다. 한술 더 떠 ‘고추장이 입맛에 맞는다.’고 끼니때마다 달라고 할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한번은 고추장을 하도 탐내기에 ‘한국인은 어렸을 때부터 먹어서 상관없지만, 외국인이 매운 고추장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출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오지여행가 한비야)

 

초등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 거라고는 꽁보리밥뿐이었습니다. 배는 고픈데, 저는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쌀알 한 톨 보이지 않는 꽁보리밥에다가 고추장 한 숟가락을 집어넣고서는 싹싹 비벼서 먹어야 했습니다. 아무튼, 고추장이 있어서 꽁보리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중국에서는 고추장도 자기네가 원조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맷돌)

 

[그의 명령을 어기지 않았고, 그 입의 말씀을, 매일 먹는 음식보다 더 소중히 여겼다.(욥23:12,현대인) 네 원수가 굶주리거든 그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목말라 하거든 마실 물을 주어라.(잠25:21,쉬운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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