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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아버지의 운전
아버지께서 이른 아침 느닷없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면 이런 시간에 전화하지 않으셨을 텐데 무슨 일일까 더럭 겁이 났습니다. 마음을 추스르며 아버지의 말씀에 집중했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이제 운전을 그만두기로 했으니 타시던 차를 파신다는 내용입니다.
그 순간 언젠가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늘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차를 타시는 어머니께서 좀 불안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운전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아버지 안색이 좋지 않으시더랍니다. 그래서 더는 말씀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런데 이제 아버지 스스로 선언하신 것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아버지, 마음이 불편하시죠?” 지난밤 잘 주무시지 못했다고 하시는 아버지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은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를 마음 아프게 절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용기 있게 스스로 운전을 그만두기로 결단하신 아버지를 통해 그런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말씀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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