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앉은뱅이와 소경(코이노니아 문제)

이정수 | 2003.10.21 23:55:4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고전예화 253. 앉은뱅이와 소경(코이노니아 문제)

한 도시에 거지 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소경이었고, 또 한 사람은 앉은뱅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가난했지만, 아주 사이좋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앉은뱅이 거지가 문득 소경 거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나는 눈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디 많이 모이는지 볼 수 있네. 그러나 나는 걸을 수 없네. 그런데 자네는 볼 수는 없지만 걸을 수는 있지 않은가?. 그러니, 여보게,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떤가?. 자네가 나를 엎어 내 발이 되고, 내가 자네 눈이 되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다닌다면, 우리 수입이 훨씬 많아지지 않겠는가?”. 이 말을 들은 소경 거지는 “거 참 대단히 좋은 생각일세.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럼 내일부터 당장 그리 하도록 하세!“ 하고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음 날부터, 소경은 앉은뱅이의 발이 되고, 앉은뱅이는 소경의 눈이 되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다녔습니다. 정말 수입이 놀랄 만큼 많아졌습니다. 수입이 점점 많아지자, 앉은뱅이가 슬며시 욕심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앉은뱅이는 소경 친구를 슬쩍슬쩍 속이고, 돈을 빼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소경 거지는 보이지 않으니, 앉은뱅이가 돈을 빼돌리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앉은뱅이는 빼돌린 돈으로 자기 혼자서 좋은 데 가서 신나게 먹고 마시고, 즐겼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앉은뱅이는 점점 뚱뚱해졌고, 소경 거지는 점점 비실비실 하는 것이 도무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전에는 앉은뱅이 친구를 엎고, 단 번에 가던 길을 이제는 몇 차례 쉬어야 갈 수 있었습니다. 소경 거지는 스스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몸이 나빠졌나?. 병이 들었나?. 그렇다고 자기를 위하여 눈이 되어주는 앉은뱅이 친구에게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소경 거지는 속으로만 꿍꿍 앓고, 점점 쇠약해져갔습니다.  
그 날도 소경 거지는 앉은뱅이를 엎고,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가다가 외나무다리 위를 걷게 되었는데, 너무 힘들어 그만 발을 헛디뎠습니다. 앉은뱅이는 기우뚱하는 바람에 물 속에 풍덩 빠졌습니다. 앉은뱅이는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코이노니아는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런데 앉은뱅이는 같이 나누지 않았고, 저만 잘먹고 뚱뚱해졌고, 소경은 못 먹어 비쩍 말랐습니다. 그 결과 소경은 앉은뱅이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무너졌고, 앉은뱅이는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코이노니아가 깨어진 비극적 결말입니다

댓글 [1]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