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마음밭 가꾸는 재미

이나미 | 2007.12.12 15:02:4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제 뒷짐 지고, 자라는 후배들 보면서 운동이나 할 나이 아닌가요.”
미국에 올 때 한 후배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 나이 들어 부산스레 뭘 새롭게 벌리는 일 자체가 볼썽사나운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젊은 줄 알고 착각하며 뛰는 노인들 정말 징그러’ 하며 진저리를 치기도 했으니까. 나같이 철없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 많은지, 첨단 분야에서 한때 꽤 잘나갔던 모씨는 사십이 넘은 이들이 다 죽어야 이 나라가 잘된다 했다던가.
그 사십의 나이에 그동안 접어두었던 공부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더 할 마음을 먹고 있으니 아마 남들도 꽤나 주책이라고들 할까. 그러나 요즘, 물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해 황량하게 변했던 내 마음속으로 들어가면서 역설적으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되찾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셈에서 얻는 이익을 포기한 대신, 내 마음밭 가꾸는 이 쏠쏠한 재미를 세상 누가 빼앗겠는가.
내 몸과 영혼을 건강하게 가꾸고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사람으로 태어나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책임일지도 모른다.
본말이 전도된 채 껍데기로 살아왔던 시간들조차, 어쩌면 내 앞날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모든 깨달음은 상처와 실수 없이는 진짜 내 것이 될 수 없는 모양이다.
이제 내일은 또 어떤 시행착오를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될까.
쓰든 달든, 주어진 시간 앞에 용기와 겸손함을 함께 지니게 되길 기원해본다.
- 이나미, 정신과 의사, 미국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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