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아이들의 발아래에 주님이 계시다

이재철 | 2009.05.22 13:45:0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주님은 섬김이란 상대의 머리가 아닌 발아래까지 내려가는 것임을 친히 보여 주셨다. 사람의 발아래로 내려가면 그곳에는 확실히 주님의 감동과 역사가 있다. 영락교회에서 교육 전도사로 봉사할 때의 일이다. 은평구에 사는 아이들과 영락중학교 강당에서 2년 동안 예배를 드렸다. 그때 학생들 중에는 가난한 아이가 많았다. 심방을 가 보면 대개 단칸방에 사는데 제대로 세수할 공간도 없었다.
어느 해 여름성경학교가 열리던 마지막 날 밤, 나와 교사들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주님을 본받아 이른바 세족식을 가졌다. 처음에 장난기 어린 웃음을 띠며 들어온 아이들도 일단 발을 씻겨 주기 시작하면서 모두 엄숙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가난한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서도 선뜻 발을 내놓지 못했다. 평소에 발을 씻을 수 없었기에 냄새가 나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이들의 발을 대야에 넣고 정성스럽게 때를 밀어 냈다. 사람의 발에 이렇게 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흐느꼈다. 발을 씻기는 내 손등 위로 아이들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도 울었다. 발을 다 씻은 다음에 아이들을 가슴으로 꼭 끌어안고 함께 울면서 기도를 드렸다. 아이들의 뜨거운 눈물, 뜨거운 가슴…. 나는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그 아이들의 발아래에 주님이 계셨다.
「새신자반」/ 이재철
  <생명의삶 2009.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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