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중년의 위기와 신앙

김필곤 목사 | 2011.03.24 15:06:4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남편은 무너지고 있든지, 미쳐가고 있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남편은 항상 인자하고 자상하고, 신뢰감이 가는 단란한 사람이었어요. 또한 책임감도 강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 몇달 동안에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거예요. 무엇이든지 뿌리치고 거부하는 겁니다. 가정생활도, 나도, 그리고 심지어 자기 직업까지도 공격해요, 난폭하고 사납고 제멋대로여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여자가 생긴 것도 같아요. 아무한테나 대고 계속 화를 내고 아무일에나 공격적으로 에너지를 다 써 버리는 겁니다. 내가 관련된 일이면 이젠 모두 받아들이는 일이 없어요." 짐 콘웨이의 글 [중년기 위기를 극복하라]에 소개된 어느 부인의 얘기입니다.
노렌 박사가 "중년의 위기를 맞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가까이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며 특히 가족에게 짜증과 불만을 토로한다고"하였듯이 중년의 위기를 맞이하면 대부분 가정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 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중년의 터널을 심각한 위기로 통과하지는 않겠지만 예일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다니엘 레빈슨 교수가 "중년의 위기는 불가피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 것처럼 "중년의 80%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경험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인생을 유년기(0-12세), 사춘기(13-20세), 청년기(21-35세), 중년기(35-55세), 장년기(55-70세), 노년기(70세 이후) 등으로 나눈다면 중년기는 결혼 생활, 직업, 자녀 양육 등 위기를 경험하는 시기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중년(中年)은 무거운 짐을 지는 중년(重年)일 수도 있습니다.
청년 시기 아름답게 출발한 결혼 생활이 파경에 이를 수도 있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보내고 자책감에 사로 잡힐 수 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 등 가정식구와 갈등으로 괴로움의 극치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로 무거운 압박 속에서 신음할 수도 있고 젊음을 투자한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웬지 모르게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장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생기기도 합니다. 때로 중년 부인은 아침이면 뿔뿔이 제 갈길로 간 식구들을 보며 빈 방에 앉아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애지중지 키웠던 자녀들이 하나 둘 떠나갑니다. 정년 퇴직이든 명예 퇴직이든 아니면 정리 해고를 당하든 정들었던 직장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크고 한 창 일할 나이인데, 이 분야에 경륜과 기술, 그리고 지식이 있는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현실은 중년의 등을 떠밀 수 있습니다.
중년기를 사춘기에 비하여 사추기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춘기처럼 육체적 심리적 변화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춘기처럼 다가오는 중년의 위기는 폭풍처럼 휘몰아쳐 인생을 할퀴고 갈 수 있는데 그 위기를 대응하는 방법은 중요합니다.
이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하는 사람들은 그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어 자아 발전 뿐만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반해 부정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은 술과, 외도, 환락 등으로 더욱 우울과 절망의 늪으로 빠져 인생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릴 것입니다. 중년은 인생의 황금기로 사회 각분야에서 의사 결정권을 지닌 핵심 세대로 미래를 향해 활개를 펼쳐야 할 텐데 위기를 잘못 대처하여 위기의 늪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침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 때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을 통한 위기 극복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질병 앞에서, 어느날 문득 찾아온 실직, 죽음 앞에서 겸손한 자아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근본적인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는데 눈을 돌려야 합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종교에 귀의하고 있는 중년의 비율은 높습니다. 한국종교사회연구소가 펴낸 95년 한국종교연감에 따르면'종교가 있다'는 40대는 57.5%, 50대는 58.8%로 전체 평균 49.9%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김병서(이화여대 사회학)교수는 "중년은 인생의 전환기여서 생활상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인데다 내면적인 문제 해결과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려는 욕구로 인해 훨씬 더 종교에 집착하게 된다"며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년에 신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복스러운 것입니다. 그 무엇으로 누릴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진홍(정진홍.서울대 종교학과)교수에 따르면 중년의 종교생활이 가져다주는 가장 좋은 점은 "우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 생활에 활기를 얻게 되고 세상의 고통을 감내할 새로운 힘을 갖게 되고 종교가 제시하는 기준에 자신의 생활을 맞춰나가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하루하루 자신의 생활을 성찰하게 되는 것. 일관성 있는 가치체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풍랑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겸손히 아뢰며 바람과 파도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항해하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삶입니까? ●980524 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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