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아빠 남자하기 힘들지?

최한주 목사 | 2016.04.29 17:34:2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이 제목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서 슬며시 웃었던 광고인데 요즘 이 광고 카피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남자 하기 어려운 것이 어제 오늘만은 아니다. “남자 하기 어렵다”는 말은 시대마다 다른 의미가 있다.

3~40년 전 아버지들이 남자 하기 힘들었던 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가졌던 어려움이었다. 그 때 “남자하기 힘들죠?”라고 한다면 “가족을 위해 생활전선에서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수고에 감사하는 말로 주고받은 애틋한 말로 받아들였다. 그 시대의 현상을 나타내는 드라마나 책에서 남자의 역할이 보여주는 것은 어렵고 힘든 생활전선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그래도 가족을 위해 참고 수고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 아내의 헌신과 수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찡할 정도였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는 자녀들이 탈선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며 성공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광고 속에서 어린이가 말하는 “아빠, 남자 하기 힘들지?”라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그보다 광고의 내용이 말해주듯이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는 남자들의 현실을 반영한 카피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제 남자는 더 이상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도 가부장적인 귄위의 상징도 아니다. 오히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권위만을 내세우다 식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한없이 나약해져 동정만 사는 인물로 전락해저 버렸다. 자녀들도 아무리 아버지가 경쟁사회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몸부림쳐도 “남자 하기 힘드시죠?(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내도 애틋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수고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남자 하기 힘드시죠?”라는 말은 더 이상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광고에서 보여주듯이 동정의 표현이 더 강하다.

최근에 발표되는 소설 중에 남자 없이 여자만으로 가족을 꾸리는 아마존네스 여인 왕국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환호하는 것을 보면 “남자 하기” 역할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시대마다 남자의 역할이 다르고 그 남자의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남자 하기”가 쉬웠던 시대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남자를 바라보는 가족들이 “동정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이어야 하는 것. 에덴동산에서 아담을 향하여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3:19)”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최한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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