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하나님, 면목이 없습니다

한희철 목사 | 2020.10.12 23:19:4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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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하나님, 면목이 없습니다


“당신이 잘 계신다면 다행입니다. 저도 잘 있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편지를 쓸 때 즐겨 쓰던 인사말이었습니다.
최승호 시인의 ‘몸’이라는 시도 있습니다. “끙끙 앓는 하나님/ 누구보다도 당신이 불쌍합니다/ 우리가 암 덩어리가 아니어야/ 당신 몸이 거뜬할 텐데/ 피둥피둥 회충 떼처럼 불어나며/ 이리저리 힘차게 회오리치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벌건 욕망들”
암 덩어리처럼 변해버린 오늘 우리 모습을 보며 하나님이 끙끙 앓고 계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향해 하나님이 넌지시, 아니 눈물로 건네시는 말이 “너희들이 평안하면 나도 평안하다”일까요.
아픈 마음으로 꿇어 엎드려 염치 불고하고 겨우 하나님께 드릴 말은 “하나님, 면목이 없습니다”라는 회개와 반성뿐입니다. 바윗돌 얹힌 듯 가슴이 무겁고 답답한 시간, 겨우 이 글을 써 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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