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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0.09.15 20:42:0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538] 2020.09.09. (T.01032343038)


산책은 당장 오늘 밤에 시작합시다!


샬롬! 지난밤 좋은 꿈 꾸셨는지요?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수녀 ‘카타리나’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개의 집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는 실제의 집이고, 다른 하나는 영혼의 집이 필요하다. 진정한 자기 이해의 공간, 자기 자신 안에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찾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밤의 공원을 걷고 있습니다. 늦은 시각이지만, 공원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낮보다는 서늘하고 한적한 밤을 택해서,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왔을 사람들. 그중에는 우리 같은 중년부부들이 많습니다. 말없이 앞만 보고 걷는 부부도 있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걷는 부부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손을 맞잡고 걷는 부부는 여간해선 안 보입니다. 우릴 보고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저 나이에, 아직 저렇게 다정한 부부도 있긴 있구나!’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지요. 우린 남달리 다정한 부부가 결코 아닙니다. 지난 6월, 코로나의 답답한 여름이 시작되던 무렵, 제가 남편에게 제안했거든요. ‘내 요구를 들어주면, 나도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요. 남편은 ‘요구사항이 뭔지?’ 묻더군요. 저는 남편의 눈을 보며 당당히 말했습니다. “하루 한 번 힘껏 포옹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은 나랑 손잡고 산책 다니기!” 남편은 얼떨떨한 동시에 뭔가 의심스러운 모양이었습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하는 표정이더군요. 저는 남편을 안심시켰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둘만 집에 남고 보니, 부부간에 다정한 사람들이 제일 부러웠어요. 우리가 갑자기 다정한 부부가 될 순 없지만, 다정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짓을 흉내 낼 수는 있지 않나요? 그럼, 남들은 우리가 꽤 다정한 줄 알고 부러워하겠지요. 그런 부러운 시선을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제 설명을, 남편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그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더군요. 그쯤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라며, 남편은 즉시 저를 끌어당겨 안았습니다. 1, 2, 3, 4, 5… 속으로 다섯을 세고, 우리는 슬그머니 떨어졌지요. 기분이 묘하더군요. 너무나 익숙한데, 너무도 어색했습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목소리를 더욱 높여 말하더군요. “산책은 당장 오늘 밤에 시작합시다!”(출처; 별별다방, 홍여사)


어쩌다 가끔, 노인부부들이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보기에 참 좋습니다. 우리도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네요. 아무튼, 위의 주인공들처럼 흉내라도 내보는 것이 괜찮을 듯싶습니다.(물맷돌)


[이것이야말로 남편이 아내에게 취할 태도입니다. 남편은 아내를 자기 몸의 지체처럼 사랑하십시오. 남편과 아내는 이제 한 몸이 되었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엡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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