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어느 여름날의 추억

물맷돌 | 2020.08.25 21:32:3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523] 2020.08.22. (T.01032343038)


어느 여름날의 추억


샬롬! 8월 들어 네 번째로 맞이하는 주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그 나름의 치유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치유법도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먹기, 음악 듣기, 서로 어루만지기, 진실을 말하고 용서하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기, 아이들과 놀기, 예술 작품 만들기 등입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이곳저곳에서 저희가 살던 ‘영춘’으로 휴가를 왔습니다. 어느 해 여름엔, 처제 친구의 친구들이 휴가를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강변에다가 텐트치고 지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름날의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합니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우리집으로 피신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갑자기 들이닥친 열 명이 넘는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정신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손님 치르는 일에는 워낙 이력이 난 사람이라, 아내는 별 탈 없이 손님들을 잘 접대하고 있었습니다. 하루가 지나자, 비바람이 그치고 날씨가 맑게 개였습니다. 그들은 염치없이 하루를 더 묵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제 아내가 차려주는 음식 맛에 홀려서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들의 그런 결정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그 손님들 중에는 꼬마 손님들도 여러 명 되었습니다. 그 중의 한 아이가 자기 아빠에게 참외를 따먹고 싶다면서 졸랐습니다. 떼쓰는 아이에게 시달리던 그 아빠는 ‘참외를 좀 따 먹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자, 아내는 아직 참외가 덜 익어서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승낙했던 가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심방을 갔습니다. 심방 마치고 돌아왔을 때, 수돗가에는 큰 소쿠리가 놓여 있었고, 그 소쿠리 안에는 참외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크기는 웬만해도 아직 덜 익은 참외와 살구만한 새끼참외까지, 모조리 따서 물로 깨끗이 씻어놓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 아빠의 표정은 더욱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잘못했다는 얼굴이 아니라, 아주 큰일을 해낸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로서는 엄청 속상한 일인데, 당사자는 아주 잘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아내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과거 주일설교 중에서)


살다보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나는 잘한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땐 결코 칭찬해줄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일쑤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쪽에서 볼 땐 결코 수긍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아주 잘못된 일인데도, 그 당사자는 자기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물맷돌)


[만일 너희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죄를 용서해주실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6:14-15)]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