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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0.08.25 21:32:3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524] 2020.08.24. (T.01032343038)


모르는 척, 바쁜 척, 없는 척…


샬롬! 어저께 주일은 어떻게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창립된 지 2년이 안 되는 개척교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교회에서는 그동안 관리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별 탈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감독관청의 강권적인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영상으로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엄마가 변했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동생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실은 얼마 전부터, 저도 그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자식한테 짐이 되고 싶진 않다’는 말을, 엄마는 이제 안 하십니다. 불편하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나는 괜찮다는 말도 안 하십니다. 그 대신, 고맙다, 너무 좋다, 궁금하다는 말을 자주 하시죠. 엄마는 이제 뭐든지 받고 싶어 합니다. 알고 싶어 하고, 나누고 싶어 합니다. 우리집에 오셔서도, 예전처럼 불편해하지 않으십니다. 퇴근한 사위, 하교한 손자손녀를 붙잡고 이것저것 묻고 참견하십니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죠. ‘내가 왜 너희 가족의 오붓한 휴식 시간을 방해하느냐?’고 하면서, 해도 기울기 전에 당신 집으로 돌아가셨을 테니까요. 그러던 엄마가 요즘은 우리 집 소파에서 꾸벅꾸벅 잠드는 일도 많습니다. 방에 들어가 편히 주무시라고 깨우면, 엄마는 말하죠. “내 집에서는 잘 오지 않던 잠이, 어째 너희 집에만 오면 이렇게 달콤하게 쏟아지는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서글픔 속에서 조금씩 깨달아 갔습니다. ‘노인이란 밤에 혼자 계시게 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 여유를 즐기던 노인들도, 어느 시점엔 혼자 사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며 혈육의 온기를 찾게 되어 있다는 것, 엄마에게 바로 그 마지막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알았으면서도 지금껏 엄마를 위하여 선뜻 합가를 결심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 눈치도 살피고 애들 상황도 돌아봐야 했지만, 그보다는 제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되어서 때를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엄마가 아직 꼿꼿하고 깔끔하던 땐 모시는 일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제 어깨에 허물어지듯 기대오며, 무게중심을 잃어가자, 저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엄마가 저만 바라볼수록, 저는 딴청을 피우게 되더군요. 모르는 척, 바쁜 척, 없는 척….(출처; 별별다방, 홍여사)


옛날엔 부모 모시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온전할 때 일찌감치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젠 장수(長壽)가 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자신의 정신건강에 신경 써야 합니다. 아니면, 빨리 천국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물맷돌)


[너희는 나이 많은 노인을 공경하며 높이 받들어 모시고, 나를 두려운 마음으로 섬겨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이다.(레19:32) 나이 많은 사람을 나무라지 말고, 부모를 대하듯이 하십시오.(딤전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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