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오디와 새똥

한희철 목사 | 2020.07.23 23:24:0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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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오디와 새똥


뽕나무에 오디가 달리고 푸른빛은 붉은빛으로, 붉은빛은 검은빛으로 익어갈 때이지요. 먹을 것이 궁하던 어린 시절, 입과 손이 까맣게 물드는 줄도 모르고 오디를 따먹던 시간이 그리운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농촌에서 목회할 때였습니다. 마침 오디가 익어갈 무렵,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 딸과 함께 오디를 따러 길을 나섰습니다. 딸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오디가 익었다는 걸 뽕나무를 안 보고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알아요?” 뜻밖의 질문을 받고는 모르겠다고 하자 큰 비밀을 알려주듯이 말했습니다. “새똥을 보면 알아요. 새똥이 까매지면 오디가 익은 거예요.” 자연 속에 사는 아이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겠다 싶었습니다.

오래전 딸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리스도인 됨에 대한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뽕나무를 쳐다보지 않고 새똥만으로도 오디가 익은 줄 아는 것처럼 말이지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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