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우리 삼남매는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물맷돌 | 2020.05.12 16:39:2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121]2019.5.10(T.01032343038)


우리 삼남매는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샬롬!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내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지에서 ‘소학(小學)’을 읽었다고 합니다. 학문의 최고경지에 오른 학자가 어린아이의 수양서를 다시 읽은 것은 ‘학문과 수양의 끝이 모든 허식과 포장을 벗고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랍니다. 곧,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늦은 밤, 아버지가 오셔서 방안으로 들어서자, 술 냄새와 찬 공기가 뒤섞여 방안을 돌아다녔습니다. 벌건 얼굴과 벌건 눈동자의 도깨비 같은 몰골로, 아버지는 우리를 죽 훑어봤습니다. 어머니는 죄진 것 없는 죄인이 되어 아버지의 기분을 살피며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습니다. 잠시 후, 아버지가 큰소리로 트집을 잡으며 어머니를 다그쳤습니다. 이유 없이 거친 말을 쏟아내며 완력을 쓰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약간의 반항을 하다가 애원하면서 절규했습니다. “맘껏 다 부수고, 그러고나서 나를 죽이세요.” 잠에서 깨어난 동생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눈치 보다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도 울고 싶었지만, 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울 수도 없는 투명인간이 된 지 오래됐습니다. 형과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어버린 서로를 보면서 무력감과 나약함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머니는 동생을 껴안으면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와 우리 삼남매는 집을 나섰습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삼남매는 뿔뿔이 헤어졌습니다.(출처;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임상철)


글쓴이가 그간 겪었을 고초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런 아픔이 있는 분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있길 빕니다.(물맷돌)


[이번에 그를 보내는 것은, 여러분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 형편을 알아보고, 또 여러분을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아드리기 위해서입니다.(골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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