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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0.04.23 15:10:3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102]2019.4.18(T.01032343038)


엔진과 주행능력은 아직 팔팔한 40대인데…


샬롬! 고난주간 넷째 날 아침입니다. 오늘은 주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날입니다. 공원 안에 있는 운동기구 안장에, 누군가가 이런 글귀를 써놨습니다. ‘이곳에 있는 물건을 훔쳐가거나 부러뜨리지 맙시다. 담배꽁초를 운동기구 주변에 버리지 맙시다.’


 20년 만에 승용차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차를 바꾸면 마음이 설렐 줄 알았는데, 섭섭함이 앞섭니다. 헌차는 차 바닥이 녹슬어 구멍이 뻥뻥 뚫려 있지만, 엔진이나 주행능력은 아직 팔팔한 40대입니다. 솔직히 이 차는 제 분신(分身)같아서, 부품만 계속 깔아 끼우며, 죽을 때까지 저와 운명을 같이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저의 고집을 마뜩치 않아 했습니다. “이러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노모는 생각지 않느냐?”는 성화에, 결국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늙은 애마(愛馬)를 정성껏 닦았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면 했는데, 오직 폐차 업주만 저의 늙은 애마를 반겼습니다. 이 차를 이용하면서 많이 웃고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비포장 산길을 꼬불꼬불 간신히 내려오기도 했고, 탁 트인 바닷가를 호기롭게 과속으로 달려도 봤습니다. 남들은 “왜 그리 싸구려 차를 버리지 못하느냐? 없는 척 하느냐?”면서 핀잔을 줬지만, 어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저만의 차였습니다. 그리고 차와 함께 했던 수많은 세월의 찬란한 기억들이 구석구석 배어있는 차였습니다.(출처; 샘터, 샘터사대표 김성구)


폐차 업주만 반긴다는 그 승용차 바닥에 ‘뻥뻥 구멍이 나 있지만, 아직 팔팔한 40대’라는 말이 어쩐지 제 마음을 울리네요.(물맷돌)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백삼십 년이 되었습니다. 제 조상들보다는 짧게 살았지만, 정말 고달프고 험한 세월을 보냈습니다(창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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