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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19.12.24 07:20:4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316]2019.12.24(T.01032343038)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샬롬! 성탄절 전날 아침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2월이 되면 어디를 가든지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나, 요즘엔 성탄절 전날이 되었는데도 그 분위기를 전혀 감지할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미리 크리스마스!


 우리 부부는 아이 둘을 낳기로 약속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은, 자녀 두 명이 있으면 한 명은 인질로 본국에 두고, 해외로 가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둘째는 해외에 나가서 낳기로 계획했습니다. 규정상 외교관이 해외에서 애를 낳지 못하게 돼 있어서, 임신해도 국가에서 병원비를 대주지 않습니다. 당시, 저의 한 달 월급이 500달러였는데, 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병원 접수비가 70달러였습니다. 그러니, 임신기간 중 병원에 다니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했습니다. 덴마크 병원에서 아내가 출산하던 날, 의사들이 아내의 진료기록이 전혀 없다면서 놀라워했습니다.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매정하게 아내를 병원에 한 번도 데려오지 않았느냐?’고 질책했습니다. 병원 복도 의자에 무기력하게 앉아 아무런 대꾸도 못했습니다. 아내에겐 미안한 것투성이지만, 유일하게 자부하는 것이 북한 사람치고 집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에선 남편이 쓰레기를 버리면 못난 놈 취급합니다. 저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아침이면 출근길에 동네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버리곤 했습니다. 수십 년간 북한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의 고달픈 삶의 패턴이 한국에 와서도 잘 바뀌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헬스장에 가면서 아내에게 ‘같이 운동하자’고 하지만, 싫다고 합니다. 북한에 있을 때처럼, 매일 아침 저의 양복과 와이셔츠를 다리고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이제부터라도 아내가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출처;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80년생 제 딸이 태어날 당시, 사례비가 5만원이었습니다. 신학생이던 제가 교통비하기에도 부족했으니, 임신한 아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내한테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물맷돌)


[네가 젊어서 얻은 아내를 행복하게 하고 그녀와 함께 즐거워하라!(잠5:18) 자기 몸을 아끼고 사랑하듯이 아내를 사랑하기 바랍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곧 자신을 사랑하는 자입니다.(엡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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