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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훈 목사 | 2019.11.22 12:27:5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빵이 주는 교훈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에게 빵 한 조각 주는 행동은 선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빵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서 배고픔을 직접 해결하게 만드는 것은 더 선한 일이다. 이것은 아주 명백한 진리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빵을 주면 감사하다고하고, 빵 준 사람에게 ‘당신은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고마워한다. 그런데 빵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면 ‘세상을 혼란케 만드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빵을 만들게 되면 빵 가게가 망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교회와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교회가 가난한 자를 위해 적선하라고 선포하면 세상은 ‘잘했다’고, ‘좋은 교회’라고 칭찬한다. 그러나 교회가 가난의 근원이 무엇인지, 눈물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 ‘눈물의 근원을 찾아 근원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교하면 얼굴을 찡그린다. 교회에선 성경이나 가르쳐야지, 세상 일은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한다. 예수님은 이 세상 한 가운데 오셨다. 세상 밖으로 도망가신 것이 아니라 세상 안으로 들어와 세상일 때문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부둥켜안으셨다. 세상 일 때문에 십자가를 지셨다. 교회는 바로 이처럼 세상 안으로 들어오신 예수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세상 밖으로 도망치거나 세상과 담 쌓고 사는 게 아니라 세상 한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일구어 가며 사는 자들이 그리스도인이다.

그렇기에 빵 한 조각 주기보다, 가난의 근원이 무엇인지, 눈물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불의와 부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눈과 귀를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나에겐 '종말의 때에 깨어있으라'는 주님의 명령으로 들린다.

빵 재료를 구하고, 만드는 법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그리스도인, 그런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빵 가게가 모두 망해도, 누구도 빵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행복한 세상 아닌가?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하나님나라의 모습이고, 교회가 꿈꾸고 선포해야 할 소망 아닐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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