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무감각의 질병

풍성한 삶 | 2023.11.10 10:11:4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d1437.gif무감각의 질병 

 
일본 작가 엔도 슈사꾸의 [바다와 독약]이라는 책에 보면 2차 대전 당시 미군 포로 들의 생체실험에 참여했던 로데라는 젊은 군의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미군 포로의 몸을 해부해서 폐를 잘라내어 폐가 어느 정도 남겨졌을 때까지 사람이 살 수 있는가를 실험했고, 또 다리를 잘라 피를 어느 정도 흘렸을 때까지 사람이 살 수 있는가를 실험했습니다. 
그때 로데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는데, 하나는 "죽였다, 네가 죽였다" 였고, 하나는 "네가 한 것이 아니야, 그 누가 네 처지가 되어도 그 짓을 안 할 수는 없어. 그러니 너는 책임이 없어." 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데는 잘라낸 미군 포로의 페를 바라보다가 그만 미쳐버렸는데, 양심의 가책 때문이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무감각한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양심이 마비되어 죄에 무감각해지는 것입니다.
<풍성한 삶QT>2023.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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