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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 목사 | 2011.05.14 14:29:2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거래가 아닌 언약 관계의 가족

 

한국 복지 재단에서 펴낸 “행복을 만드는 아이들”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소년 소녀 가장들의 수기를 모아 낸 책입니다. 소년 소녀 가장들이 힘겨운 삶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매 쪽마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중등부 대상을 받은 “희망찬 미래를 향하여”라는 글이 있습니다. 청송 중학교 1학년 휴학을 하고 있는 윤관성 군의 글입니다. 그는 시각 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 가장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늘 가난했고 품팔이를 해서 번 돈으로 최저 생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그의 나이 여덟 살 때 가출을 하였고 그 후 하루에 두끼 식사하기도 어렵게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는 안마를 하였고 자신은 외가에 맡겨져 살아야 했습니다. 매일 어머니 생각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손은 터져버릴 것처럼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일곱 살 때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다가 그 합병증으로 포도 각막염이라는 눈병을 얻어 실명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답니다. 자신도 류머티스 관절염과 포도 각막염이라는 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세 살 때부터 류머티스 관절염 증세가 나타나 고열과 함께 마디마디가 부어 오르는 통증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주 눈이 충혈되어 병원에 찾아갔는데 검사 결과는 포도 각막염이라는 결과였습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의식을 잃어 버렸고 자신의 인생은 절망적인 생활이 되었다고 합니다. 류머티스 관절염과 포도 각막염은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난치병이라고 합니다. 공부를 하거나 놀 때 조그만 무리를 해도 지혈이 안되어 많은 양의 코피가 나오고 눈은 충혈되고 관절 마디가 심하게 부어 올랐습니다. 전교 부회장도 하며 성적은 전교 5등 안에 들었지만 건강 악화로 휴학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눈감은 20년의 세월 속에서 자식의 얼굴도 모르고 슬픈 내색없이 굳건하게 살아가는 강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결코 약해 질 수 없다.” “내 꿈은 슈바이처 박사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다.” “먼 훗날 내가 의사가 될 즈음에는 지금 보다 의술이 더 발달되어 어머니의 눈을 꼭 고쳐 드릴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진다. 어머니께 단 하나뿐인 자식인 내 얼굴도 보여 드리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보게 해드려서 눈감은 세월 속에 맺힌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또 내가 의사가 되면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분들께 무료 진료도 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돈도 많이 벌어서 지금의 나처럼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다. 그것이 그 동안 나를 도와주신 고마우신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에게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에 효심이 지극하였습니다. 사회에 대한 건설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본질적인 마음입니다. 가족은 거래나 이해를 위해 모여진 만남이 아닙니다.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 땅에 가정제도를 만드신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족 속에는 책임에 따른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요즈음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배우자를 택한다면 다 좋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돈 많은 부모라면 환영합니다. 마지못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힘을 잃은 부모를 몸에 난 혹처럼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한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것은 구시대의 박물관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러내놓고는 말하지 않지만 실제 삶 속에서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자식에 대한 희생은 더욱 강화되는 것 같은데 그것 역시 보험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고 거래의 또 다른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아버지나, 시어머니, 남편, 아내,부모에 대한 무조건적 희생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결혼의 신성한 약속도 이제 이해타산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합니다. 결혼할 때 많은 증인들 앞에서 서약을 합니다. 언약을 합니다. 병들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서로 사랑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러나 거래 앞에서는 그 언약은 힘을 상실합니다. 지난 3월 21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1년 기준 1일 평균 8백 77쌍이 결혼하고 3백 70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 이혼건수는 13만 5천 건으로 이혼율이 경제 개발 협력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아졌습니다. 통계청은 "최근 이혼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자기 중심적인 삶의 지향 등 가치관의 변화와 경제적 요인 등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습니다. 가정은 사랑에 의해 선택된 행위라고 하지만 성경은 가정은 하나님께서 맺어준 언약 공동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창조시로부터 저희를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으니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이러한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시더라(막 10:6-9)” 병들었다는 이유로, 나에게 유익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랑이 식어졌다는 이유로, 거래 관계가 끝이 났다는 이유로 가족을 유기하거나 가족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가족은 끊을 수 없는 피로 맺은 언약 공동체입니다●

거래가 아닌 언약 관계의 가족/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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