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참으로 행복했다

이주연 목사 | 2018.02.05 23:10:2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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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 나갔다.
무로 급식소 인근 길가 길 건너에서
우리 교회 노숙인을 위한 예배에 출석하는

한 형제가 손을 휘저으며 반긴다.


너무나 반가웠다.
그러나 다가가려는 순간
그는 술에 취하여
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불성이 되어서 손을 휘졌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치부가 드러난 듯
나는 그를 보면서 부끄럽고 민망하기만 하였다.
결국 그를 바라다보다가
더 보기가 민망하여 낙망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그는 평소 말수가 적고
이따금 노숙인대학에 나타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고는
늘 자리를 피하며 자기 이야기를 미루기만 하던
알코올중독에 빠진 형제였다.


며칠이 지난 후 주일 아침,
노숙인들을 위한 주일예배의 찬양대에
그 형제가 푸석푸석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베이스의 저음을 지닌 그 형제는
열심히 찬송을 불렀다.
어떤 모습이 그의 본 모습일까?

거리에서의 모습일까,

오늘 이 자리의 모습일까?
둘 다 일 것이다.


하지만 거리에서
마음 둘 곳도 머리 둘 곳도 없지만
일주일에 한번
그래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주일예배의 찬양대에 서서 찬양을 드리고픈
그 영혼의 갈망이 그를 천국으로 인도하며
거리에서나마 견디어내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닐까?


저는 늘 이 지구를 떠나는 날
이생을 추억한다면 바로 그 형제들의 주일찬양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나는 예배 설교 중 그분들에게 고백했다.
“내가 이 땅을 떠나는 날엔 여러분들이
찬양을 해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형제들은 힘차게 “아멘!”을 외쳤다. 
참으로 행복했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퇴근하여 가족이 다시 만날 때 웃으십시오.

행복한 가정이 찾아듭니다.

<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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