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먹고 살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숭고하다

이주연 목사 | 2017.01.30 23:27: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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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바둑 9단

조훈현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훈현은 “생계를 위해 바둑을 두었다”는 고백을 합니다. 
정말이냐는 의미의 기자 질문에 그는 그렇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철학보다 힘이 있는 것은 정직입니다.

그의 정직한 고백 앞에서 저는 이의를 달 수가 없었습니다. 


 "프로란 이겨서 돈을 버는 사람이다.

한판이라도 이겨야 돈이 된다.

자식으로서, 결혼한 이후엔 가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내겐 바둑밖에 길이 없었다.
이겨야만 여유가 생겼다.

그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뒀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기자는 다시 묻습니다.


“결국 바둑도 밥벌이라는 이야기인가?”

"직업이란 기본적으로 생계를 위한 것이다.

내가 바둑을 열심히 해서 타이틀이 하나씩 쌓여갈 때마다

집안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다.

부모님은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셨고,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달동네의

아주 허름한 집에서 살았다.


그렇게 가난한 집 아이였던 내가

바둑을 통해 내 영토를 넓혀가면서

차차 삶의 영토도 넓어졌다.

달동네에서 화곡동 양옥으로,

연희동 2층 양옥으로,

그리고 지금 집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노력한 만큼 더 많이 가지고

더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큼

가장 확실한 동기 부여가 있을까."


기자는 다시 묻는다.

“직업을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달라서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그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

'당장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해서 못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중요한 건 먹고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먹고사는 길부터 뚫어야 한다.

생계가 막히면 꿈이고 뭐고 없다.

치사하고 초라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게 현실이다."


(곽아람 기자, 조선닷컴)


먹고 살기!

그 생존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가진 자에 대한 아첨도 아니며

돈에 대한 숭배도 아니다.

자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오히려 남들에게 손 벌리면서

자신의 꿈과 숭고함을 말하는 것은 비겁이다. 

비열한 인생이다.


그래서 삶에 투철하지 못한

성직자나 예술가나 문인의 삶은

극히 위험할 수 있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마음껏 떠들어 보라,
침묵의 갈망은 더 커질 것이요,
마음껏 즐겨보라,
정숙함의 찬란한 고요가
더욱 그리워질 것이다.
<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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