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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3.06.19 21:36:0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t26-1.jpg[아침편지3389]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거친 환경에서 자란 냉이에 진한 향기가 배어있듯이~
 
샬롬!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5월 31일 수요일 아침입니다. 5월의 마지막인 오늘 하루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발이 알려주는 건강 적신호 8가지’ 중, 그 일곱 번째는 ‘발의 상처가 오래간다면’입니다. 발에 난 상처가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다면, 당뇨병이 있다는 위험신호랍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의 감각과 혈액순환, 부상치유력에 손상을 준답니다. 따라서 물집 같은 작은 상처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환자는 ‘매일 발을 깨끗하게 씻고 말리며 상처여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하네요.
 
가정법원에 도착하자마자, 바깥에는 천둥소리와 함께 달구비(굵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판사님이 협의이혼 의사를 각자에게 물었습니다. 애들 아빠는 어깨를 우쭐거리며 당당한 목소리로 “네”라고 했습니다. 주례선생님의 성혼선언 물음에 대답했던 그 날과 같은 톤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면서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난 어느 봄날, 친정엄마가 오셨습니다. 우리는 과도 두 개와 비닐봉지, 머리에 쓸 수건, 커피를 담은 보온병까지 챙겨들고 가까운 냇가로 갔습니다. 미루나무 주변에 냉이와 쑥이 푸릇푸릇하게 돋아나 있었습니다. 제가 땅에 바싹 붙어있는 냉이와 지칭개를 구분하지 못하자, 엄마가 두 나물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우리 진영이는 냉이 캐기 선수다. 잘하네!” 엄마의 속성 과외를 받고나서 곧잘 캐자, 엄마는 주눅이 들어있는 딸을 북돋아주셨습니다.
 
저는 미소를 지으면서 엄마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하니까, 너무 즐거워!”하고 말했습니다. 정말이었습니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있는 미루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들뜨게 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흙을 만지니, 조금씩 기운이 났습니다. 차가운 땅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자란 냉이뿌리의 향이 깊고 진했습니다.
 
엄마는 서둘러 냉이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 싱싱한 냉이는 이파리 하나 떼어낼 필요조차 없어서, 뿌리에 묻어있는 흙만 칼로 살살 긁어내 찬물에 잘방잘방 씻었습니다. 멸치육수에 된장을 푼 후 감자를 넣고, 냉이와 두부를 넣어 한소끔 끓이니, 먹음직스럽게 찌개가 완성되었습니다. 한 숟가락 입에 넣자, 보드라운 두부가 입속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자연산 냉이는 적당히 쌉쌀한 맛과 달보드레한 맛까지 났습니다. 냉이 된장찌개의 향긋함과 구수함에 눈이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감에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거친 환경에서 자란 냉이에 진한 향기가 배어있듯이, 지난한 저의 인생도 향기와 깊이가 더해지는 과정이겠지’하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냉이 된장찌개가 생각납니다.(출처; 샘터, 김진영 / 두 딸이 있는 30대 엄마)
 
그 주변사람의 그 누구도 소상하게 알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하여, 두 딸까지 낳고서도 갈라서게 된 그 당사자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겠습니까? 하지만, 그 친정엄마의 마음은 그 당사자보다 몇 갑절 더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안겨오는 딸의 가슴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포근히 안아주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냉이찌개를 정성껏 끓여서 사랑하는 딸과 함께 먹는 그 친정어머니에게서, 이혼 후 삭막한 광야에 놓인 것처럼 너무나 외롭고 쓸쓸한 형편에 놓여있던 그 딸에게 진정한 우군이 되어주고 있는 친정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 전 아침편지에서, 소설가 백영옥 씨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는 ‘독신에는 외로움이, 결혼에는 괴로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살이란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결혼생활’은 우리 인간이 풀어가야 할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그러나 아무튼, 힘들고 어려운 이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물맷돌)
 
[우리의 일생이 얼마나 짧은지 헤아릴 수 있게 하셔서, 우리가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아침마다 주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만족하게 하셔서, 우리가 평생 기쁨으로 노래하고 즐거워하게 하소서. 주께서 우리에게 고난을 당하게 하신 날 수만큼, 우리가 슬픔을 당한 햇수만큼, 우리에게 기쁨을 주소서.(시90:12,14-15,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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