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한가위 노숙

이주연 목사 | 2014.09.27 23:17:2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찾아갈 고향이 없다고
고향이 있어도 맞아주는 이 없다고
기다리는 이 있어도 기꺼이 찾아갈 처지가 아니라고
서러워하지 마오

저 하늘 둥근 달도

거처 없이 노숙하며 두둥실 웃음짓고 있지 않으오

 

눈을 다시 뜨고 보면

이 땅엔 영원한 고향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을

 

한 조각 이 마음 붙일 수 있는 곳이

내 고향 아니랴

 

붉은 피 한잔으로 님을 만나면 

그 어디나 천국이라

 

아니 그 곳밖에 그 어디에도

영원한 안식처가 없는 것을

 

환한 한가위 달빛 속에 웃고 있는 님의 숨결로

한숨이 기쁨이 되면

이 순간 여기가 영원한 고향

나의 하늘나라

 

*시작 노트-그제는 노숙인 대학에서 고향에 가지 못한 노숙인들과 한가위 식사를 하고 

고향에 대한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 중, 자기 차례가 된 이가 "내겐 고향을 묻지 마세요"하며 

절연하듯 거절하였습니다. 어릴 적 동심마저 상처뿐인 이였나 봅니다. 그 아픔이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어젠 교우들과 저녁에 한가위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중, 한 시니어 교수님께서 농담으로 

자신을 가리켜 (함께할 이 없는) 독거노인이라 함께 식사를 한다며 모두를 웃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찾는 고향이란 어떤 것일까? 과연 그 고향이 영원한 곳이 될 수 있을까? 물음이 던져졌습니다.

<이주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